빈방 있습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방을 찾아 나를 두드리실 겁니다.)
누가복음 2장에 의하면 만삭의 아내 마리아를 나귀에 태워호적을 하기 위해 고향인 베들레헴으로 온 요셉은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몰려 여관에 방을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리아는 가축들이 자는 우리에서, 짐승의 밥그릇인 구유에 아기를 낳게 됩니다. 첫 번 크리스마스는 이렇게 왔습니다.
만삭인 약혼자를 나귀에 태워 호적을 하러가는 남자, 낯선 객지에서 해산할 날을 맞이하는 여자, 화려하고 포근한 요람대신 포대기에 싸여서 구유에 누운 아기가 바로 첫 번 크리스마스의 모습니다. 어린 시절 교회에서 성탄절이면 이 이야기를 연극으로 꾸며서 많이 공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 때 남학생들은 서로 요셉이 되려고 하고, 여학생들은 마리아가 되려고 경쟁을 했었습니다. 그런 성극 대본 가운데 하나인 '빈 방 있습니까?'는 1977년 12월호 가이드 포스트에 실린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유명합니다.
주인공은 마음이 무척 여리고 말을 더듬었던 한 어린이였습니다. 교회 주일학교에서 성탄절에 연극을 하는데, 말을 잘하지 못하니 대사가 없는 여관방 주인 역할을 맡았습니다. 대사는 요셉이 방을 구하려 찾아왔을 때 문을 열고 ‘빈 방 없습니다.’만 하면 되었답니다. 그런데 정작 성탄절 전야에 연극에 몰입한 이 어린이는 만삭의 여인과 남편이 초라한 몸짓으로 방을 구하는데 빈방이 없다는 말을 차마 하지 못하고 더듬는 말로 "제 방 있습니다."라고 하며 애원하고 맙니다. 방이 있으니까 제발 가지 말고 제 방에 들어와 하루 지내시라고 매달렸다는 거지요. 연극 대본대로라면 요셉은 가야하는데 여관 주인에게 붙잡혀 오도 가도 못하는 꼴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그 날 연극은 망쳤지만 그 교회는 온통 울음바다가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연극 대본에서 주인공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하나님, 용서해 주세요. 내가 연극 망쳐 놨어요. 그치만 어떻게 거짓말을 해요... 우~, 우리 집엔 빈 바~ㅇ이 있걸랑요. 아주 좋은 방은 아니지만 요. 그건 하나님도 아시잖아요. 근데 어떻게 예수님을 마구간에서 태어나라구 그래요. 난 정말 예수님이 우리 집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정말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예수님이 내 방에서 태어나신다니! 얼마나 신나요! 그럼요, 난 내 방도 쓸구요, 걸레 빨아 갖구 방두 닦구요, 내 방 비워 놨을 거예요”
오늘도 하나님은 방을 찾아 나를 두드리실 겁니다. 그 때 뭐라고 대답하느냐에 오늘 크리스마스가 달려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고 잘 들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저 외운 대사대로 “방 없습니다.”를 되풀이하고 있지 않은지, 너무 복잡하고 시장통 같이 혼란스러운 마음에 여유와 틈이 없어서 찾아오신 하나님을 밖으로 내 몰고 있지는 않은지요? 성탄은 그런 내가 다시 태어나길 원하시는 하나님의 소원입니다. 나를 비워 하늘을 모시고 거룩한 탄생, 내가 그리스도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날입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나에게 방을 주셨는데 내 방을 잘 못 가꾸어서 병에 걸리고 많이 아프지는 않은지, 쓸고 닦지 못해서 지저분하고 더럽지는 않은지, 지붕이 새고, 바닥은 꺼지지 않았는지, 잡동사니가 가득해서 예수님을 모실 자리, 손님을 맞이할 자리와 여유가 없지 않은지를 돌아봅니다. 그렇지 않아도 좋지만 오늘 크리스마스 는 내 빈 방을 잘 준비해서 그리스도를 모시고 내게 찾아온 하나님의 뜻과
소명을 잘 이루어가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