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잠히 고요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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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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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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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히 고요히
"길에서 무슨 일로 다투었느냐?"는 예수의 물음을 들은 제자들 마음이 어떠했을까요? 그 예수의 물음 앞에 '제자들은 잠잠하였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잠잠해져야 합니다. 물음 앞에서 그 동안의 수군거림과 다툼이 싹 들어갔습니다. 어쩌면 화들짝 놀랐는지도 모릅니다. 할 말이 없습니다. 우리들의 다툼, 사는 모양이 결국은 누가 큰지, 누구의 먹을 것이 더 큰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니까요. 물음 앞에서 잠잠해집니다. 고요해집니다.
그 고요 안에서 다시 나의 모습을 정직하게 돌아봅니다. 소란스럽게 들떠 사는 나에게 그렇게 잠잠해지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파스칼은 '이 시대 사람들의 가장 큰 고통은 자신의 방 안에 조용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홀로 있을 줄 아는 사람은 깊어지고 성숙해집니다. 그런데 홀로 있기를 두려워해서 잠시라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이 오늘 사람들의 현실입니다.자기 모습이 들통이 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조금이라도 자기 마음을 관찰해 본 사람들은 압니다. 생각의 다툼 아래서 화와 후회, 원망과 불평, 불안과 두려움, 질투와 자책감에 휩싸여 그것이 어디로부터 오는지 물을지도 모르며 살아가고 있는 스스로를 봅니다.
하루 안에서 스스로의 리듬, 나만의 호흡을 찾아야합니다. 너무 지쳐서 기도하거나 친절하기가 어려울 땐 일단 정지하고 잠잠히 고요히 머물러 보는 것입니다. 그런 고요가 스스로에게 깨어 있는 시간입니다. 깨어 있다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뭐하고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를 아는 것이지요. 그래서 본래의 무한한 사랑과 감사와 자유의 존재로 살아 나아가는 것입니다. 자, 그러면 우리는 왜 다투면서 살까요? “누구든지 첫째가 되고자 하면 모든 사람의 꼴찌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섬겨야 한다.” 길에서 누가 크냐고 다투었던 제자들에게 예수께서 주신 말씀입니다. 다툼은 높아지려는 마음, 첫째가 되어 대접받으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의 법은 세상의 원리와는 다릅니다. 하늘나라에서는 첫째가 되려면 꼴찌가 되어서 섬겨야 합니다. 아니 모든 사람이 그렇게 자기를 낮추어 섬기게 되면 모두가 다 첫째가 되는 것이고 다툼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모든 사람이 서로 크게 되어 섬김을 받으려고 한다면 세상은 아비규환이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가만히 잠잠히 지금 내가 가는 길에서 나는 어떤 태도로 사는지를 돌아봅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들에게서 대접을 받으려고 요란하지 말고 내가 대접해 주어서 평화를 일으켜야겠습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친절함에 사랑과 우정이 있습니다. 대가를 바라기에 서운해지고 그래서 사랑과 우정에 금이 갑니다. 예수님의 산상수훈에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대접하라는 말씀도 그것입니다. 그렇게 내가 꼴찌가 되어서 섬기는 그가 천국에서 큰 사람입니다. 크기 위해 꼴찌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자가 그렇게 되게 되어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은 길에서 누가 크냐하는 것들로 다투지 않습니다. 그래서 묵묵히 하나님이 주신 길을 걸으며 길가에 풀 한포기, 꽃 한송이를 보고, 바람 소리 들으며, 향기를 맡으며, 색깔을 알아차리면서 행복한 여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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