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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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청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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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1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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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상에서
엘리 제사장을 만난 한나는 다음날 일찍 일어나 예배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한나와 그 가족은 일 년에 한 번씩, 하던 일을 멈추고 실로로 올라가 제사를 드리며 자기를 돌아보았습니다. 성전으로 올라가는 이유는 거기서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깨닫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잊지 않을 때 우리 삶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고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갈 수 있습니다. 오늘 우리도 때마다 올라가야할 성전, 기념하고 기억해야할 것들이 있습니다.
교회가 주일에 한번 모이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또 매일 매일 정한 시간에 기도하고, 묵상하는 것도 그 이유입니다. 오늘 내가 그렇게 기억하며 살고 있는지 아니면 허둥지둥 살고 있는지 돌아보아야겠습니다.
한나는 성전에서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어쩌면 주어진 상황은 똑같은 반복일 수 있습니다. 여전히 아이가 없고, 괴롭히는 브닌나가 있습니다. 그러나 울기만 하고 먹지도 않았던 한나는 이제 음식을 먹고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습니다. 그렇습니다. 내가 바뀌면 달라지는 것입니다. 똑같은 상황도 나의 대처가 다르고 반응이 다르지요.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다른 사람과 주변 환경을 바꾸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것은 착각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아니 일어나도 잠시일 뿐입니다.
자, 그렇게 이제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나를 괴롭히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닙니다. 스스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이제 슬픈 기색을 띠지 않고 품은 꿈을 앞에 두고 서 있습니다. 그렇게 한나는 그 길로 음식을 먹고 다시는 얼굴에 슬픈 기색을 띠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밝고 환하게 자기 길에 서 있는 한나를 주님께서 기억해 주셨다고 했습니다. 울기만 하고 주저앉아 먹지 않았을 때는 되지 않았던 일이지요. 하나님이 해주고 싶어도 내가 하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일어날 수가 없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지지해주시는 분이지 나를 어떻게 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물론 아이를 낳아도 자기가 기를 수 없고 생이별을 해야 하는 운명이어서 우울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산 너머 산인 것이 인생입니다.
그러나 그래서 또 흥미진지하고 살만한 인생이 아닐까요? 임신하고 달이 차서 아들을 낳았다고 한 문장으로 기록된 이 시간이 한나에게 얼마나 길고 힘든 시간인지 우리는 잘 압니다. 하지만 그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돌아보니 얼마나 큰 축복의 시간, 배움의 시간이었습니까? 해 보아야 옳은지 그른지, 좋은지 나쁜지 압니다. 길을 떠나온 모두가 고백하듯이 떠나온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힘든 결정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떠나오게 된 사연이 있지요. 이왕에 떠나올 것을 좀 더 빨리 떠나왔으면 어떠하였을까요? 그 때 해보지 않았으니 이제 하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이 가장 빠른 때이지요. 하지 않고 후회하느니 해보고 후회하는 것이 낫습니다. 적어도 해보면 알게 되는 것입니다.
우린 세상에 그것을 하러 왔습니다. 실수하고 배우러 말입니다.
산 너머 산이지만 그렇게 또 산을 넘는 것이 행복인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