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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사랑하는 후배가 멀리 캐나다에서 보낸 편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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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권 16-09-04 11:21 조회3,00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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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사랑하는 후배가 멀리 캐나다에서 보낸 편지글)

 

욥은 하나님께서 보시기에도 흠이 없고 정직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하나님을 경외하고 악에서 멀었던 사람이었지요. 그런 그가 당하는 극심한 고난과 깨달음의 이야기가 성경의 '욥기'입니다. 저울로 달아볼 수도 없는 고난으로 인해 자기 생일을 저주하면서까지 울부짖어본 욥은 이렇게 고백합니다.

"주님께서는 못하시는 일이 없으시다는 것을 이제 저는 알았습니다."(욥42:2)

자기에 있는 모든 것을 다 빼앗겨 본 연후에야, 고난을 당하기 전에는 주님이 하시는 일을 제한하고 있었던 자기 모습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의롭고 정직하고 경건했던 욥은 그동안은 하나님을 어떻게 알고 있었다는 말씀인가요? 내가 믿는 하나님은, 내 삶은 이러 저러해야 한다는 규정과 판단을 굳게 하고 살고 있었다는 이야기지요. 얼마나 무서운 이야기입니까? 하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의'와 '도덕'과 '법'을 믿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나를, 이웃을, 세상을 정죄하고 판단하며 살고 있었고, 심지어는 하나님도 그렇게 내 생각대로 보고 있었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어지는 욥의 고백대로 하나님의 계획은 어김없이 이루어집니다.(욥42:2) 거꾸로 고백하면 내게 이루어진 모든 일은 하나님의 계획하심입니다. 내 생각에만 그렇지 않을 뿐입니다.

 

이제야 욥이 고백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감히 주님의 뜻을 흐려 놓으려 한 자가 바로 저입니다. 깨닫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말을 하였습니다. 제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었습니다."(욥42:3)잘 알지 못하면서 주님의 뜻을 흐려 놓으려고 한 자가 바로 자기였다는 것입니다. 나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주님의 뜻을 운운하면서 함부로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우리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세상입니다. 자기가 믿고 의지하던 모든 것을 잃고 서야 보는 거지요. 아, 세상은 내가 알기에 너무나 신기하구나. 그렇게 크고 높음을 깨닫는 것입니다.

 

겨우내 백혈병 항암치료를 잘 만나고 있던 아내가 봄을 맞이하는 3월, 4월에 다리에 감염이 와서 꼼짝없이 걷지도 못하고 침대에서 두 달을 보내야했습니다. 이제 조금씩 거동할 수 있게 된 아내를 등에 업고 나와 예가 뜰에서 앉아 햇빛을 맞으면서 찾아온 봄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아내에게 항암 치료도 힘든 일이었지만, 면역력의 저하로 찾아온 감염으로 인한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지요. 곁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힘들고 지겨운데 직접 당하는 본인이야 어디 그 마음의 고통과 몸의 아픔을 필설로 형용할 수 있었겠습니까? 겪어본 사람, 만나본 이들만이 알 수 있는 그것을 경험하면서 사람이 져야할 십자가를 몸소 당하셔야만 했던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 알아갑니다. 그래서 헨리 나우웬이 '상처입은 치유자'라고 했던 그 말뜻처럼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알게 하시고 담당하게 하시려나..... 우리가 알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일임을 고백하는 거지요.(욥42:3)

 

그렇게 아내와 함께 찾아온 봄 햇살을 맞으면서 이 좋은 것을 그동안 왜 감사할 줄 모르고 살았을까 신기해했습니다. 바람을 맞을 수 있고, 잔디를 밟을 수 있고, 파란 하늘 아래 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선물인지 '이제야~'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 알게 되는 거지요. 아파보지 않았으면 이렇게 볼 수 없었겠지요. 천천히 느리게 치료되는 덕에 더 여유로워지고 넉넉해지고 부드러워지고 있는 아내와 함께 욥의 고백대로 지금까지는 주님이 어떤 분이시라는 것을 귀로 들었지만 이제 눈으로 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야~' 우리의 주장을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잿더미 위에 앉아서 회개하고 있는

오늘입니다.(욥42:6)

(백혈병 가운데 있는 아내와 맞이한 봄 햇살을 맞으며 느낀 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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